눈길을 끄는 공간은 기술이고, 마음에 남는 공간은 예술이다, 디자인 본오 장성진 대표
‘어떤 공간이 좋은 공간인가?’라는 물음에,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자기만의 독자적인 철학을 내놓을 것이다. 오늘 만난 디자인 본오의 장성진 대표는 “눈길을 끄는 공간은 기술이고, 마음에 남는 공간은 예술이다.”라며 자신의 공간 디자인 철학을 밝혔다. 우리가 접하는 공간 중에는 곧바로 눈길이 가는 곳이 있다. 그러나 화려한 디자인으로 눈을 현혹 한다든지, 감각적이고 독특한 조형적 언어로 표현해내는 등 단순히 눈길을 끄는 데에만 집중한 공간이 우리의 마음에는 얼마나 오래도록 남아 있는가? 장성진 대표는 “공간에는 제공자, 사용자에 대한 배려와 진정성이 담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진심이 담겼기 때문일까, 그가 디자인한 공간은 눈길이 가고, 시선을 거둔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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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디자인 본오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A. 우선, 사명인 디자인 본오는 근본 본(本)자에 나 오(吾)자를 써서 ‘근본을 깨닫고 본질을 파악하다’라는 의미를 담아 지었다. 우리는 늘 클라이언트와 함께 현장을 답사해서 공간의 방향성과 사용성, 그리고 프로그램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프로젝트에 임한다. 이런 것들이 디자인 프로젝트의 재료가 되어 컨셉을 정해가는 바탕을 이루는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최종 사용자를 위한 배려다. 공간 안에 최종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적인 배려의 요소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그들을 위한 최적의 편의성을 갖춘 공간을 제공할 수 있고, 나아가 공간의 감성까지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디자인의 근본,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장르를 아우르는 ‘디자인’의 근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그를 작업으로 표현하기 위해 장성진 디자이너는 어떤 방식으로 사고(思考)하며 일하나?
A. 우리의 사명에서부터 드러나듯 디자인의 근본이란 이 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화두이기도 한 부분이다. 나는 디자인의 근본은 사용자(End-User)와 제공자(Client)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사용자와 제공자 사이의 접점에 있는 공간, 제품을 이해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게 조율해주는 개념적 조정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디자인의 근본을 직관적으로 정의하자면 ‘배려’가 아닐까 싶다. 디자인이란 것은 결국 사물이나 공간을 사용자가 조금 더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기능적, 형태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끊임없는 관심과 배려가 디자인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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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유수의 대기업과 럭셔리 패션브랜드의 공간 등 상업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상업공간 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있나?
A. 상업공간을 대할 때 디자인 본오가 가장 먼저 생각하는 부분은 일반적이고 보편타당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서 디자인 전략을 수립하는 것. 이 단계에서는 디자이너의 주관적인 철학이나 가치관은 배제된다. 다양한 벤치마킹과 마케팅적 측면에서의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객관적으로 사회 현상을 파악하고 공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렇게 도출된 아이디어와 데이터를 토대로 고객의 동선, 제품의 브랜딩을 기반으로한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만들게 된다. 처음 단계에서부터 디자이너가 주관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스타일링, 디자인이나 트렌드만을 좇다 보면, 공간은 결국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거나 객관성, 직관적인 전달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상업 공간에서의 핵심은 객관적인 데이터와 이를 통한 분석으로 고객과 소통할 수 있으며 직관적으로 공간 경험을 전달할수 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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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많은 클라이언트가 디자인 본오를 찾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 생각하는지?
A. 지금은 여러 대기업의 프로젝트를 맡고 있지만, 스튜디오를 설립했던 초창기에는 우리 역시 개인 작업을 많이했다. 그러던 중 우리의 작업을 눈여겨보던 대기업의 담당자가 자연스럽게 디자인 본오에 프로젝트를 의뢰하면서 규모 있는 작업들이 이어지게 됐다. 특히 우리는 공간 디자인을 마무리하고 사후관리에도 많은 신경을 썼는데, 우리의 책임감 있는 자세를 좋게 봐준 클라이언트가 뒤이은 프로젝트를 의뢰한 경우가 많다. 이처럼 단순히 정량의 디자인, 혹은 매출 증대의 목적만을 지닌 공간을 디자인하기보다, 제공자와 최종 사용자를 위한 배려가 담긴 진정성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함은 물론, 우리의 공간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려는 자세가 클라이언트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 같다. 또, 이제는 디자인 본오도 초창기보다 좀 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클라이언트와의 다양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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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어떻게 영감을 얻는 편인지?
A. 20세기 최고의 석학이자 소설 ‘장미의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작가 움베르토 에코는 “생각하는 인간에게 있어서 일상의 어떤 경험도 지나치게 뻔한 것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인데, 그의 말처럼 평소에도 어떤 때는 책의 글귀나 영화의 한 장면에서, 또 어떤 때에는 길을 지나며 우연히 만나는 풍경에서 영감을 얻고자 한다. 그러나 영감이란 불규칙적인 것이어서, 일상 속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고, 이를 디자인적 언어로 표현해내기 위해 디자이너는 항상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준비라는 것은 결국 어떤 정량의 디자인으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아웃풋을 내놓을 수 있는 안정성이다. 때문에 일상에서 스치는 수많은 영감을 나만의 키워드로 정리하며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든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끄집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현재 가장 몰두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A. 개인적으로 호기심이 좀 많은 편이다.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 작가를 많이 만나고 있다. 특히 작년 10월에는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를 답사하고 왔는데, 베를린에서 사운드 인스톨레이션을 접하며 공간과 사운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공간은 다소 정적인 요소라 생각할 수 있는데, 어떻게 하면 소리의 울림, 공기의 흐름이라는 동적인 요소들을 결합시키고 사용자들에게 공간의 감성적인 부분을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이런 부분을 공감각적 시각을 가지고 풀어낸다면, 앞으로의 공간 작업은 조금 더 라이브한 무드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Deco Journal 오세원
Q. 디자인 본오는 2003년 설립 이래로 올해 17년차를 맞이했다. 앞으로의 디자인 본오는 어떤 작업을 선보이고 싶은지?
A. 보통 디자인 회사는 그 회사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의 성향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본오는 오직 하나의 색만을 가진 회사가 아니라 다양한 개성이 담긴 작업을 할 수 있는 회사가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내부 디자이너들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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